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병원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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KYERAN 2019. 2. 26. 12:44

 

 

 

3월 예약은 전부 마감되어서 4월부터 가능하신데요,

4월 예약은 3월 마지막 주부터 받을 예정이어서 그때 전화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

 

아 네 감사합니다





전화가 끊겼다. 나는 일어나자마자 두 건의 전화를 해치웠는데 하나는 그럭저럭 잘 됐고 하나는 애매하다. 4월... 4월. 4월..... 한 달을 기다리는 건 일도 아니지만 김이 새는 건 어쩔 수 없다. 다른 병원을 찾아봐야 하나? 이런 건 줄 알았으면 월초에 미리 전화하고 예약을 잡을 걸. 이런 건줄 몰랐어...

 

아쉽지만 다른 병원에 전화해봤다. 조금 더 가까운 병원이다. 이곳은 가장 빨리 잡을 수 있는 예약일자가 3월 7일이라고 해서 예약까지 잡았다. 질문지로 하는 간단한 검사만 가능한 곳이지만 어차피 돈 없어서 간이 검사만 받으려고 했었다. 상관 없어...

 

생각보다 별 거 아닐까봐 무섭다. 나는 엉망진창으로 살고 있는데 겉으로 보면 그렇지도 않다. 그래서 나한테 아무 문제도 없고 이 상태를 고칠 방법도 없을까봐, 나를 망쳐온 게으름에 병이었다는 핑계조차 붙이지 못할까봐 무섭다. 확진받고 약이라도 먹었으면 좋겠다. 물론 약이 사람을 바꿔주진 못한단 걸 안다. 너무 기대하면 안 될 거다. 하지만 몇 년을 뒹굴면서 이건 혼자 고칠 수는 없다는 걸 깨달았다. 아무 시도도 안 했다가는 죽기 전까지 합리화만 하면서 살 거고 그건 싫으니까 뭐라도 해보려는 것이다.

 

오늘도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. 일어난지 한 시간도 안 됐는데 피곤하다.

 

그래도 의욕이 있다는 건 다행이다. 3월 1일에 컴활 2급 실기를 치는데 지금껏 공부를 하나도 안 했다. 근데 오늘도 할 일이 많아서 제대로 공부를 시작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. 늘 이런 식으로 살았다. 알고 있고 지겹고 바꾸고 싶지만 바꿀 수 없다는 것까지 알고 있다는 끝없는 자각 속에 질척이며 지낸다.

 

일단 씻어야겠다.

 

 

 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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